중국 남부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특징을 가진 인류의 화석이 발견됐다. 네안데르탈인에서 호모사피엔스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진 진화단계 중간에 또 다른 종의 인류가 살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.
15일 중국 신화통신과 UPI 등은 중국과 호주 연구진이 윈난(雲南) 성 멍쯔(蒙自) 시 인근의 한 마루둥(馬鹿洞·일명 붉은사슴동굴)이라는 동굴에서 발견한 두개골과 치아 화석을 조사한 결과 고대 인류와 현생 인류의 특징이 섞여 있다고 보도했다.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‘플로스원(PLoS ONE)’에 게재됐다.
가칭 ‘붉은사슴동굴인’으로 불리는 이 화석은 최소 3명의 것이며 1만4000∼1만5000년 전 빙하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. 1989년 처음 출토됐지만 중국의 한 연구기관에 처박혀 있다가 2009년 국제 연구진이 찾아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.
중국 윈난 성 멍쯔 시 부근에서 화석이 발견된
‘붉은사슴동굴인’의 상상도. UPI 연합뉴스
붉은사슴동굴인의 두개골은 현생 인류보다 두껍고 눈 위의 뼈가 돌출돼 있으며 넓적한 코와 앞으로 튀어나온 아래턱뼈를 갖고 있어 원시 인류처럼 보인다. 하지만 컴퓨터단층촬영으로 뇌의 용량을 분석한 결과 전두엽이 현 인류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.
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대런 커노 교수는 “이 화석들은 과거에 알려지지 않은 종으로 약 1만1000년 전 빙하기 마지막 시점까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”고 말했다. 연구진은 붉은사슴동굴인이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초기에 동아시아로 건너온 뒤 격리돼 살다가 멸종했거나, 아예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1만여 년 전까지 공존했던 종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.
지금까지는 현생인류와 공존한 이종(異種)인류가 3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뿐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붉은사슴동굴인이라는 제3의 종이 비슷한 시기에 공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. 또 아시아에서는 10만 년 이내의 인류 화석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인류 기원에서 아시아가 지리적으로 중요한 장을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.
아울러 호모에렉투스에서 호모사피엔스로 넘어오는 시기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. 호모사피엔스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호모에렉투스 이후에 출현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다른 종으로 간주된다. 이 때문에 그 중간 단계를 찾지 못해 진화론에서는 이 시기를 ‘잃어버린 고리(Missing Link)’라고 부른다.
베이징=고기정 특파원 koh@donga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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